AP위성통신 시제품 써본 UAE통신사 22만대 계약
◆ 수출 강소기업 新DNA / ④ 위성휴대폰 업체 AP위성통신 ◆
류장수 AP위성통신 대표가 위성 휴대폰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상선 기자]
AP위성통신(대표 류장수)의 주력 제품은 위성 휴대폰 단말기다. 천재지변 등 각종 재해 상황이 발생해 지상 기지국을 이용할 수 없을 때 특히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위성 휴대폰이다.
지상 3만6000㎞ 상공의 정지궤도 위성을 기지국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별도 로밍 없이 통화하거나 데이터를 전송받을 수 있다. 통화료는 분당 1000원 수준으로 먼 바다에서 일하는 선원 같은 벽지 생활자는 물론 저렴한 가격으로 국제전화를 하고자 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첨단 위성통신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AP위성통신은 창업한 지 14년 된 회사다. 2000년 당시 현대전자에서 근무하던 연구원들이 주축이 돼 회사를 세웠고 현재는 국내 대표적 수출 중소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AP위성통신은 창업 3년 만에 글로벌 대기업을 꺾으며 주목을 받았다. `위성통신 분야의 1등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전 직원이 공유하며 기술력을 다졌고 천우신조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00년 아랍에미리트 연방(UAE)의 위성통신사 `투라야 텔레커뮤니케이션`은 미국 위성 네트워크 서비스 회사인 휴즈네트워크시스템스로부터 위성 휴대폰을 공급받고 있었다. 두 회사 사이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면서 기회는 AP위성통신 쪽으로 왔다.
휴즈네트워크시스템스는 덩치 큰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투라야 측 세부 요구사항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때론 갑(甲)처럼 행동하면서 투라야 측 불만이 쌓인 것. AP위성통신은 상황을 주시하면서 부단히 기술력을 쌓고 있었다. 이후 투라야가 AP위성통신을 알게 되면서 기술력을 시험해 보겠다고 판단해 실내형 위성전화기(FDU) 5000대를 시험 주문했다. 실내형 위성전화기는 위성 휴대폰을 장착할 경우 일반 전화기처럼 사용할 수 있는 장비를 말한다.
AP위성통신은 글로벌 대마(大馬)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다. 두 달 만에 주문한 물량을 완벽하게 납품했고 위성 사업에 관심이 많은 투라야 측을 위해 직원들을 두 달간 아랍에미리트에 상주시키면서 컨설팅하는 열정을 보였던 것. 이뿐만이 아니라 투라야 측이 위성 휴대폰에 요구한 팩스 송수신, 데이터 송수신 기능을 무리 없이 소화한 결과 입찰에서 휴즈네트워크시스템스를 누르고 차기 위성휴대폰 납품업체로 최종 낙점을 받았다.
류 대표는 "5년에 걸쳐 투라야 측에 위성 휴대폰 22만여 대(약 745억원)를 공급하는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며 "매출 또한 2012년 130억원에서 지난해 392억원으로 3배나 성장했고 매출의 95%가 수출로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직원 70여 명 중 90% 정도가 엔지니어로 매년 매출 대비 15~20%를 연구개발비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을 위성 휴대폰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샛 슬리브(SAT-SLEEVE)`를 개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류 대표는 "위성 휴대폰 시장은 대기업이 뛰어들기에는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중소기업이 진입하기에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한국에서 완제품까지 생산해 수출하기 때문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정범 기자]